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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말하지 말라
혼탁한 세상 살아야겠다고 으르렁거리며 목숨 연명하고 있는 63년생 여자! 혀를 놀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굳게 닫힌 문 굳어버린 문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아무런 미련 없이 닫아야한다.무덤가 주위에 서면 나도 모르게 오싹해지는 차디찬 침묵과 두려움에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무서움같이 말이 필요 없을 때는 그래야한다.더러운 것들과 내가 합류되고 치사스러운 것들과 억...
유월에 쓰는 편지
유월이예요 오월에 핀 꽃들은 여전한지 한참을 서성였어요 당신과 함께 바라본 꽃들에게 제일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물었지요 그랬더니 우리 안부를 되레 묻더군요그래서 우린 잘 있다고 거짓으로 꽃에게 제가 대신 안부 전했어요 꽃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난 도저히 그날에 우리가 아니라고 꽃에게 말 할 수 없었어요꽃은 제게 말하더군요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오래오래 사랑나누며 꽃처...
사랑이 아파질때면
나는 왜 그 사람만 보면 안쓰러운 마음 일면서 벌렁 이는 내 속이 자지러지는 걸까? 허기진 속 백날 채워도 싸늘하게 돌아눕는 허허로움은 무엇으로 대신해야만 따뜻해지는지   알 수 없는 갈림길에서 농담 한마디 던져주는 낯선 이가 위안이 되어주는 씁쓸한 그런 날에는 그대 주소가 적힌 봉투에 침 묻힌 우표 붙여놓고 아득한 전생에 그래도 우리 사랑하지 않았을까 오래도록 ...
무소유
우리 집에는 상자가 많다. 쓸모있는 상자부터 모서리가 낡아 버린 상자까지 우리 집 까만 머릿수보다 많다. 그 상자 하나하나 다 열어보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보다 조금 넓었던 곳을 떠나 올 때 다시는 열어보지 않을 것을 알면서 이삿짐 트럭에 실었던 상자 역시나,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이사 이후 하나씩 늘어난 상자들만이 내 손때 덕지덕지 묻어 반질거린다 낯짝 뚜꺼운...
가슴 바닥깊이에서는
풋 사과처럼 덜 익은 태양이 텁텁한 황사에 가려 천수만 방파제에서 빛을 잃었다 파도가 느릿느릿 다시 밀려오는 광경을 눈을 감고 나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순간, 방파제 끝에 머물다간 몇대의 차들은 인연이 다한 오래전 그들처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한 사람의 가슴 바닥깊이에서는 여려 겹으로 피어나는 복사꽃 꽃눈만이 햇살에 눈 부셔오는 빛이 되어 방파제에서 흩날리고 있...
선운사에 부는 바람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은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닦아놓은 그 길을 따라 제게만 불어댔어요당신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벼운 손짓으로 날 불러가며선운사 담장을 따라 가만가만 걸었지요봄산에 어울리는 새싹들이 가지마다 피어났지만 난 그것을 다 보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밟고 지나간 그 길에서 바람이 전하는 생의 깊이를먼저 생각해야 했지요이백년전 쯤에도 누군가 이...
봄날에 꿈꾸는
아픔이 날 꼭 껴안는다 그런 날은 한참을 혼자서 서성인다 스쳐 지나가는 이들이 야속하다 한 발짝도 옮길 수가 없다 처음부터 난 혼자이고자 했지만 이상하게 오늘 같은 날은 혼자인 외로움마저 슬프다 이내 사라지고 마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다 기억할 수가 없다 기억하기에는 난 너무 벅찬 가슴을 지니고 살고 있다 작성일 : 2007-04-28 15:58:20
푸른 살인을 꿈꾸며
종일 쌓인 먼지를 털어내면서정작 자신 안에 재는 그대로 놔둔 채,의연하게 날아가는 저 먼지들보다 못한 영혼에 메스를 가하는 푸른 살인이여,안으로 자꾸만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이여,부활을 꿈꾸던 흉흉한 기억들을모조리 다 불살라 한 줌에 재가 되어라   작성일 : 2007-04-23 21:12:31
오늘 마시는 커피는 너무 써
당신에 사랑을 듬뿍 넣은 커피 잔에 프림과 커피를 넣습니다그것도 부족하여 달디 단 설탕을한 스푼 넣어 진한 당신을 음미하며입 안으로 가득한 달콤함 뒤로 느껴지는쓰디쓴 맛도 감미롭게 내 안에 담아봅니다 당신과의 추억은 오래도록 커피잔에서 맴돌며나로 하여금 또 한잔에 커피를 타게 하는데보고픈 당신은 아주 먼 그곳에서지난 세월 탓만 하고 있으니오늘 마시는 커피 맛은...
황사
참으로 먼길 여행중이구나 아직도 제 무덤 찾지 못해 허허벌판에서 바람따라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에 곤곤함처럼 지상에 모든 익숙한 풍경들이 잔인한 너에게 버림받는 날이면 우리도 그 풍경틈에 끼여 무수한 절망으로 부터 버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디단 바람불어 준다면 아, 속절없이 다녀가는 너마저도 품고 살텐데   작성일 : 2007-04-06 22:22:56
으깨버리고 싶은 것이 있을때
늦은 밤 해안도로따라 가다보면 가까스로 눈을 치켜뜨고 있는 불빛을 보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논둑을 걸으며 마지막 유서 같은 것을 끌적이던 우울이 느껴지는 건 아직도 진화되지 못한 상처가 그대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슬픔같은거 상처같은 것은 굳이 견고할 필요가 없는데 우리집 욕실 문짝보다 더 견고하게 존재하고 있는 쓸모없는 우울을 이제는 휑궈내고 싶은 ...
양면 테이프
양면 테이프 내 모습이 아주 만족스러워 옷을 벗어 던져버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사이에 두고 밀착해대는 그 야릇함 때문에 끈적이는 내 분비물 위로 부끄러움도 없이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은 너희들도 충분히 흥분될거야 너희 기분 같은 것은 내가 배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 끈적임이 강할 수록 숨이 조여오는 오르가슴orgasm 진하게 어필되는 맛!맛!맛! 글 : 박미림 [ "나의 시...
잊혀진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무서운 일이다 지구에 종말은 아직 멀은 것 같은데 먼 데 있는 사람들은 잊혀진 그늘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잘려나가는 인연을 마다 하지 않으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관계와 관계속에서 더딘 우리들의 황랑한 마음은 자꾸 햇살 들지 않는 그늘을 찾아들고 그 그늘 아래에서, 휘갈기는 바람맞기를 거부하지 않는 너와나의 끝이 무서워지는데 하긴, 그 두려움을 안고 우리 서로 무엇을 말...
풍경소리
등을 보이던 사람에 마음을 알기는 힘드나 산사에서 들리는 풍경소리를 혼자서 듣는 일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다 수긍해야만 살아지는 삶에 인연으로 만난 이들과 온전한 믿음과 사랑을 덤으로 같이 갈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살맛나는 세상일까 풍경소리 울리는 산사에서 시인의 미완에 시는 담금질 하지 못한 대장간에 붉은 작두가 되어 침묵을 도려내고 있는데 아, 서럽고도 서러운 나...
달이 솟아오르기 전에
벼랑에 서서 바람을 실컷 맞아본 사람은 안다 다시 짐을 챙기고 다시 짐을 풀 때면 여윈 생각들이 겨울비 내리는 창문너머로 두리번거리고 있다는 것을 어둑해진 오후는 대지위로 바짝 엎드린 채 비에 젖는데 모두들 어디만큼 가 있길레 그들은 보이지 않고 그립다 말하자마자 저만치 가버린 인연들만 회색빛으로 내 시야를 흐리는가 벼랑에 서서 가장 가까이서 들리는 슬픔의 소리를 듣는...
통영 다찌집에서
통영 앞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통영 다찌집에서 연거푸 술잔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의 근황을 하나 하나 묻곤 다시 바라다 보는 바다 별은 출렁이는 바다에 둥둥 떠 근황 궁금한 이들의 눈속에 첨벙거리며 불빛보다 더 반짝이며 일렁이는데 다찌집 벽은 예술인들의 혼이 서려 우리의 짧은 사연마저도 다 끌어안으며 가슴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마음으로는 시를 ...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흔적을 혼자서 지우고 봄이 오는 땅에서 이름모를 들꽃이라도 좋으니 생 가장 자리에서 오래도록 아름답게 피어나고 지는 꽃이고 싶어라 찾아주는 이 없어도 외롭지 않는 그저, 훈풍으로 부는 바람 한줌에 따사로운 햇빛으로도 이 세상에 태어나 우듬지로 돌아가는 날까지는 내내 행복했노라고 나, 그렇게 살아가는 꽃이고 파 오늘도 잘려나간 가지위에 머물다 간 바람처럼 괜실리 허공에...
촉석루에 부는 바람
그녀도 이곳에서 남강을 바라 보았으리라 섞이지 못하는 세월을 품으며 나처럼 서서 익숙한 풍경들을 둘러보며 싸늘히 식어가는 심장을 예견하였으리라 뜨거운 가슴을 끌어 안으며 산다는 것이 이 얼마나 버겹고 힘겨운 전생에 업인지를 저녁 노을이 번지는 이곳에서 이미 위로 떨어지는 눈물 같은 서러움을 가슴으로 축축하게 느꼈으리라 그녀도 지금에 나도 넋살 좋은 겨울 햇살이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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