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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비틀거리는 날이면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 / 박미림거문고 별자리 그날 이후 보이지 않는다하루 치 분량 먼지가 무표정하게 앉은 날 한 통의 편지 당신이 떠난 후 쓴다 당신과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인연에 대해어쩜, 이 편지는 먼 훗날에나 읽을지도 모른다드문드문 소등을 준비하는 새벽 어스름삐걱거리던 낡은 의자에 앉아 저승과 이승 오가는 길 없을까 생각한 적 있었다당신도 그날, 저승과 이승...
송강정
  송강정 / 박미림 저문 뒤뜰에서 포옹하던 하루비탈에 선 흔한 바람에 실려들꽃 한 송이 툭 건들고 지나가네풀잎소리 하르르 깊어가는 저녁정자 너머 연못가 개구리 울어대는 스산한 기척소리 문고리 쓰다듬네 그제서야 묵상하던 달그림자 농익어가니 동곳 꽂은 훈장 삼라만상에 순응하듯등잔불 당겨놓고 천천히 합장하네 *송강정 - 담양 고서면에 있는 송강정을 담양 죽...
즐거운 성탄! 행복한 연말되세요^^
  메리크리스마스 ~~~~                    올 한해도 변함없이 함께 해주신 마이뉴스코리아님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성탄 맞이하고 계시는지요? 전국적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그래도 눈 구경은 할 수 있어분위기는 그럴싸한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시작...
행운을 드립니다
               행운을 드립니다 / 박미림                앗! 네잎클러버      열무를 손질하다 발견했다.      누가 행운을 가져다 놓은 것 아닌지 싶어      ...
밥
                 밥 / 박미림 시인                               여전히 손을 넣어 밥물을 맞춘다         쌀은 얌전하게...
미륵산 정상에서
           미륵산 정상에서 / 박미림                        어질러놓은 듯 안개 가득하여      구석구석 핥아 주고 싶은 산등성이다      촉촉한 가지마다&nb...
生을 알고 싶다면
生을 알고 싶다면 / 박미림 웃기는 일이지 生을 알고 싶다니 그게 절로 알아지는 일이던가 암흑 그 터널 속을 걷기도 하고 늪지대에 빠져 몸부림 치기도 하고 내 동맥을 끊어 세상을 밀어내기도 하고 한 계절 피었다 지는 꽃처럼 단명하는 것들을 무수히 시린 눈과 마음으로 보아야 하거늘 내 어찌 生을 미리 알려 하는지 그게 알아진다고 알아지는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무덤덤한 일...
경고
 경고 / 박미림물 발자국이 지워진다우산대가 기운 없이 흔들거린다미끄러져 헛나간 바퀴 자국은 보이지 않는다어둔 귀와 어두워진 눈으로어둠을 걷는다 아찔한 땡볕은 출타 중이다맨홀 뚜껑이 열려 있다도로 가득 그어진 선이 보이지 않는다이파리 흔들던 새 보이지 않는다짧은 솜털이 모두 날 세우고 있다빗소리에 곤충들 지저귐 들리지 않는다 둥둥 떠내려오는 문명의 부산물들이...
너에게 묻다
너에게 묻다 / 박미림 아파트단지 비 내리는 풍경이 된 날 모든 나무는 간격을 유지하며물방울 세례를 거룩하게 받들고 있다. 휘어진 나뭇가지에도축복은 전해지고 바람을 타고 놀던 잎사귀들은무늬를 다듬고 있다. 땅에 다리를 심고허공에 몸을 맡긴 저 나무들에도후벼낸 텅 빈 가슴이 있는지 문득 묻고 싶다. 물기 마르기 전에 낭창낭창한 말로 우러나는 질문 건네면 답...
큰절로 인사드립니다.
  자꾸 뒤 돌아 보았습니다.앞을 내다보고 살아도 살 둥 말 둥 한 데 무슨 미련이 그리 많다고 되돌릴 수 없는지난날 곱씹고 또 곱씹으며 후회만 하고 있었는지 너무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억지로 글 쓰고 억지로 뭘 하는 성격이 못되어이제야 마음 추수르고 다시 펜을 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고하재석 발행인님 이하 우리 마이뉴스코리아 회원들께큰절로 인사드리고 있습...
박미림 시인은
  박미림 시인은 1963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2000년 『월간 문예사조』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벽을 바라보다』『마네킹』이 있다. 김포문학상 공로상, 우수상, 경기문학상 문학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눈물은 소리내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다』 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
돼지는 죽어서 웃는다 / 박미림
가을 햇살이 먼지에 뒤엉킨 도로 위로 도살장행 트럭에 실린 돼지들이 꿀꿀댄다 곧 행해질 도살을 알기나 하는 걸까 부위별로 난도질당해도 돼지 얼굴에 미소는 머금게 죽여야 한다 어느 개업집 고사상에 재물로 바쳐질 돼지 얼굴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돼지를 웃게 한다? 돼지도 웃던가?  인간의 욕심은 돼지를 결국 웃게 했다 억지로 입을 치켜 올려놓고 몸값...
선인장 / 박미림
  선인장 / 박미림 제 마음에 돋아난 가시 뽑기 전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일단은 크기를 잘 들여다보세요 당신 마음으로 뽑을 수 있는지 세심한 관찰 후 뽑아주세요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던 그건 당신 자유이지만후유증으로 상처 덧나지 않게 해주세요 아니면 가시품은 절 그대로 다 사랑해주시던지요- 박미림 '나의글 나의시' 중에서작성일 : 2010-11-2...
얼음꽃
  잎도 가지도 순결한 나는 뿌리가 없어 땅속 깊은 곳에 영역을 표시할 수가 없어요 나비가 날아들지 않아 향기도 품을 수 없어요그녀가 지난여름 책갈피에 넣어둔꽃잎 같은 것은 당연히 없겠지요바라보다가 자꾸 뒷걸음치며 멀어져 갈뿐아무도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아요가질 수도 품을 수도 없고그녀 책갈피에 꽃잎이 될 수 없는 나는어쩌면 좋을까요꽃이라 이름지어준 그대...
오래된 풍경
  밤새 이끼 낀 이빨을 닦기 위해 물기 마른 시간 욕실에 들어섰다 내 이빨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처럼 일렬로 서서 대기중이다.덜 묻히고 덜 닦인 곳 없도록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는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바라보며 강도 조절된 칫솔질을 했다 침묵이 흐르는 무덤가를 돌 듯 입 안 가득 거품이 인다 내 안에 가득 찬 허욕들이 견디다 못해 터져 버렸는지 부글부글거린다....
병뚜껑 / 박미림
다들 기억해주지 않아넌 하나의 소모품에 불과해 질척거리는 바닥에 나뒹굴어도 너를 다시 줍는 일은 기대 하지 마 넌 이용당한 것 뿐이야 갈증으로 목이 마른 그들이 사는 세상 어느 순간에 찰라였을 뿐 잘 꿰 마친 톱니바퀴와 같은 네 몸이 지구 한 축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에도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아넌 한번도 경험해 본적 없겠지만 나는 가끔 누군가 의기양양하게 더 힘껏 내 목...
작별
작별 ...박미림  안녕하시나요? 저는 아직 덜 피어났는데 저에게 백일홍처럼 피어나길 원하시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만 절 놓아주세요이대로 그냥 피다 만 꽃이면 절 사랑하지 않으실건가요? 고즈넉이 가로등 아래에 서서 당신에게 질문을 합니다 피다만 꽃이라서 사랑하지 않으신다면 그만, 전 작별하렵니다 안녕히 계세요... * 박미림 세번째 연서 시집 2008 " 톡, 건들어 본 그...
소란스러운 쓸쓸함에 대해 / 박미림
텔레비전 화면속에서는 배신을 하고 돌아서는 남자 뒷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여자는 그 남자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 같으면 같이 등 돌릴텐데..." 그 생각도 잠시, 한 여름밤 무더위를 타고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너를 믿고 산 내가 병신이다." "이 나쁜 놈아" "그래 이혼해 이혼하자고 ..." 술에 취한 남자는 가누지 못한 몸을 휘청거리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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