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그 안의 또 작은 섬 진도(미섬)

도착하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틀 동안 비가 참 억수같이도 내린다. 오래되고 방치되었던 집안엔 온통 곰팡이의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하지만 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섬에 갇힌 신세가 된다. 그래도 복잡한 세상살이 내려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나마…….

이틀 뒤 하늘에서 삐죽삐죽 해가 고개를 내민다. 반바지 차림으로 편안하게 이번에 장만한 우성 T1 330S 고무보트를 바다에 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기분이 좋다. 섬에 들어올 때 도 보트를 타고 들어 왔지만 아직 보트에 익숙하지가 않아 시 운전을 해 봐야 할 것이다.

보트에 시동을 건다. 처음엔 시동 거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젠 제법 잘 걸린다. 아마도 새 제품이라 처음엔 애를 먹었나 보다. 그렇게 힘차게 시동을 걸고는 물살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나선 김에 섬을 한 바퀴 돌 참이다.

그런데 혼자 보트를 타니 보트머리 부분이 많이 들리고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 느낌이 들어 조금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코너링을 할 때 확 쏠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바로 중심을 잡고 다시 차분히 운전을 한다.

의외로 잘나가 준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물살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도 제법 쏠쏠하다. 또다시 코너링에서 몸이 쏠리며 구석에 처박힌다. 두 번째 위험을 격은 것이다. 침착하자 하고 다시 보트의 위치를 잡고 아 배를 코너링 할 땐 무게 중심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너무 빨리 달리는 것도 혼자일 땐 많은 부담이 되었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위기를 두 번 넘기고 무사히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 섬은 작다. 모터보트로 한 바퀴 도는데 30여분이면 된다. 몰론 더 빨리 달리면 더욱 단축되겠지…….

대문 앞이 바로 바다이기 때문에 파도소리는 끝이 없다. 하지만 섬은 여기저기서 밀려들어온 쓰레기들로 몸살을 한다. 인간이 버린 수많은 쓰레기들이 섬 바로 앞 뻘로 밀려들어와 섬은 온통 쓰레기로 포위되어 둘러싸여 버린다.

저녁엔 섬에서 잡은 조개를 불에 구워 먹는다. 짭쪼름한 맛이 좋다. 섬 인심도 예전 같지 않아 조개도 함부로 캘 수 없다. 잘못하면 남의 조개 밭에 무단으로 들어가 조개를 훔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멋모르고 조개를 캐다가는 큰 코 다치는 것이다. 반드시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아 잘 허락해 주질 않는다.
 

섬의 주인들도 바뀌어 이젠 예전에 살던 사람들도 다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덩그마니 집들만 남았다. 바로 고향집.…….빨간 지붕의 부모님들이 살던 곳…….그곳이 바로 내가 살던 섬 집 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쩐지 낯선 사람들이 주변 비토 섬이 개발된다는 소식 때문인지 하나둘 들어와 오히려 예전에 살던 사람들이 어색하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그들의 이방인 일 것이다. 타지에서 온, 하지만 정작 그 섬은 내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되어 남아 있다. 파도 일렁이는 작은 섬 집 마당에 무궁화 꽃을 피우고 대나무 평상 그늘에 놓고 파도소리 들으며 잠들던 어린시절  아주 거대해 보이던 학교 교실이 이젠 장난감처럼 작아졌지만 그래도 내겐 돌아갈 고향이고 어린 시절의 꿈들이 한움큼씩 묻어 있는 영원한 그리움인 것을.

돌아올 땐 언제나 그리움 잔뜩 걸머지고 나온다.  갈 때 마다 되돌아 올 땐 멀어지는 아득한 그리움들이 점점이 섬이 된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내 자란 작은 섬, 빨간지붕 집이 있는 미섬에…….

마이뉴스코리아/김필선기자 [2011.8.26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