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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에서 가을에 빠지다
등록일 : 2011-11-08 (화) 18:12
언제부터인가 들썩이던 몸이 결국 탈이 났다. 이런저런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 온 것이다. 결국 몸이 이기지 못하고 그냥 쉬고 싶다는 마음에 내일 하루 쯤 쉬자 라는 생각에 미친 것이다. 그러다 늦은 밤길을 나서기로 했다. 갑자기 가을에 흠뻑 취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 모르겠다.
선택한 곳은 어릴 적 다녀온 함양의 상림 숲이었다. 요즈음 한참 가을 단풍들이 곱게 물들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함양상림으로 정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함양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12를 넘긴 시간이라 가까운 곳에 잠자리를 정하곤 일단 푹 쉬었다. 아침 안개서린 상림 숲의 공기를 상상하면서........,  이른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상림으로 가 볼 수 있었다. 몸은 제법 개운하다. 함양읍에서 상림은 가깝다. 상림에는 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어 차를 주차하기도 좋다. 차를 주차하자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다. 일단 머루터널을 지나 숲속에 몸을 던진다. 그런데 아뿔싸, 단풍들이 말라비틀어져 있다. 곱게 물든 단풍을 생각했는데 너무 늦은 것인지……. 어느새 단풍이 시들어 색깔조차 바래져 있었다. 하지만 맑은 물소리와 길게 이어져 있는 숲길로 어느 정도 위안이 된다. 상림 숲은 문화재청에 이렇게 적혀 있다. 함양 상림 (咸陽 上林) 은 함양읍의 서쪽에 있는 위천(渭川)강가에 있는 숲으로서, 통일신라 진성여왕(재위 887∼897) 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읍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대관림(大館林)이라고 불렀으나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홍수로 무너짐에 따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게 되었다. 현재 하림은 훼손되어 흔적만 남아있고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함양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들로는 갈참나무·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류가 주를 이루며, 왕머루와 칡 등이 얽히어 마치 계곡의 자연 식생을 연상시킨다. 1993년 조사에서 116종류의 식물이 조사되었으며, 현재 20,0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함양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우리 선조들이 홍수의 피해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문화재청의 안내된 상림에 대한 설명이다. 약 2.5km 가까이 이어져 있는 숲길은 벌써 부터 많은 사람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 부터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 까지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이야기를 들으며 숲길을 걷다가 여기저기 사진 촬영에 여념들이 없다. 상림에서는 누구나 모델이 될 수 있었다. 카메라가 시선을 두는 곳은 어디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머루터널을 지나 잠시만 걸으면 연리 목을 만날 수 있었다. 연리 목은 서로다룬 수종의 나무가 하나가 되어 서로의 몸을 의지한 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원히 함께 하고 있는 나무다. 그래서 천년송림에 천년연리목으로 이름 지어놓았다. 사람들도 그렇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서로 다른 성격으로 하나가 되어 그렇게 오손도손 세상이라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며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하나되어 늙어 가겠지……. 함양 상림은 그런 연리목이 두 그루나 있다. 보물찾기처럼 연인들끼리 한번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약속해 보는 것도…….우리도 서로를 영원히 보듬는 연리목이 되자고........, 함양송림에서의 시간은 티 없이 싱그러운 맑은 공기와 가을에 취하고 자연에 취할 수 있어 좋았다. 그와 더불어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했는데 그 또한 담백하고 맛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며칠 푹 쉬고 싶다. 지리산의 맑은 기운을 받으며 며칠 세상을 잊고 싶다……. 마이뉴스코리아/김필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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