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조금은 늦은 시간에 팔용산 자락을 걸으며 낙엽 바스락 이는 소리를 들어 본다.

성탄절 오후 4시 50여분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가까이 있으면서 늘 오르는 팔용산을 오른다. 입구에서 부터 출발해 정상까지 가볍게 다녀 올 수 있는 높이 328m 의 별로 높지 않은 산이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 등산화만 챙겨 신고 집을 나섰다.

입구에 도착하니 그래도 몇 사람이 산을 오르기에 안심하고 그 뒤를 따라 오솔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길은 지그재그로 여섯 번째 길을 오르면 산의 중간쯤인 능선으로 연결되도록 올 여름 잘 꾸며 놓았다.

이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배여 있는 산책로다. 별로 오르막도 아니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도 있을 정도의 가볍게 꾸며 놓은 길이다. 또 등산로 좌우로 나무들이 길게 줄을 서 마치 나무 터널 속으로 길을 내 놓은 것처럼 보기도 좋다. 한마디로 여름에 이 오솔길을 걸으면 동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아름다운 숲길이다.

하지만 중간 쯤 네 번째 길에 이르자 저 멀리 무학산 자락너머로 해가 넘어가려는지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붉게 타들어 가고 있다. 조금 서둘러 산을 오른다. 의외로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30여분 중간 능선에 오를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마산만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눈앞에 저 멀리 마창대교며 바다에 점으로 떠 있는 배들과 희뿌연 안개 속에 빠져 있는 도심의 빌딩 숲 그사이로 자동차 불빛만 길게 줄을 선다.

그리고 아스라이 남해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한참을 머물다가 정상을 보니 서둘러 하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불암사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불암사는 산 능성에 위치하고 있고 그 너머 능선으로는 상사바위가 있고 그 상사바위에서 바라보는 불암사의 경치는 정말 봐줄만하다.

특히 불암사에는 석굴법당이 있어 그곳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곳이다. 그리 크지 않는 산사가 팔용산 자락에서 떡하니 마산과 창원을 발 아래로 호령한다. 가끔 저기서 주석하시는 스님은 세속에 볼일이 있으면 별 수 없이 산을 타고 등산을 해야겠구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가끔이지만. 어찌 되었건 정상을 불과 300m 놔두고 서둘러 되돌아 와야 했다. 팔용산은 정상 바로 앞이 바위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또 날이 이미 저물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되돌아서야 했다……. 그렇게 성탄절 산행은 비록 가벼운 산책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겨울 산속 낙엽들의 바스락 이는 속삭임을 느낄 수 있어 한 번쯤 다녀 올만 하다.
마이뉴스코리아/하재석

최종편집일: 2009-12-26 오후 7:3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