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담장이 아름다운 마을 전통의 향기가 풀풀 풍기는 역사 속 시간여행을 하다

마산에서 오후 12시 출발 진주를 거쳐 대진 고속도로를 달린다. X자로 가로질러 있는 회화 나무 사진과 넝쿨진 너무 예쁜 담장을 가진 산청군 단성면 남사 예담마을을 찾아가는 중이다. 사전에 전화로 경상남도 문화 관광 정구화 해설사와 약속이 되어 있어 대충 물어본 솜씨로 차를 몰고 단성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톨게이트 바로 입구에서 지리산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잠시 가자 목화시배지가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전진하자 이번에는 성철스님의 생가 인 겁외사 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오른쪽 지리산 방향으로 차를 몰고 약 3분정도 가자 저 멀리 고즈넉한 시골마을이 나타난다. 한눈에도 저기 아닐까? 하며 가까이 가자 남사 예담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첫 골목을 지나쳐 마을 가운데를 지나가니 곧바로 남사 예담촌 주차장이 큼지막하게 나타난다. 의외로 넓은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카메라들을 챙기며 정구화 해설사 에게 전화를 하니 잠시 뒤 정말 인상 좋은 분이 반갑게 달려와 인사를 한다. 아! 저분이 친절하게 전화 받은 바로 그분이구나. 인사를 하고 간단하게 촬영스케줄을 이야기 하고 마을안내를 부탁하니 맨 처음 안내하는 곳이 바로 주차장 옆 담장이었다. 그 담장은 여름에 넝쿨이 지면서 가을에 단풍이 들면 너무나 아름다운 담장으로 변한다고 자랑이 대단하시다. 하긴 그럴 만하다 바로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많은 상을 수상하였고 또 일본의NHK 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미로 소개를 할 정도로 담장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약 100여 년 전에 밑돌을 크고 단단한 돌로 채우고 그 위에 황토와 돌로 담을 높이 쌓아 말아 타고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에 집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하였다고 한다. 담장 안에서나 밖에서 서로 눈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이야기 이다.

남사 예담촌은 행정구역상으로 볼 때 청계를 가운데 두고 남사는 진주에, 상사는 단성에 속하였는데 그때 두 마을의 명칭이 같은 사월리 이었다고 한다. 1906년에 와서 진주의 사월면이 산청군으로 편입되면서 남사도 단성군 사월면으로 산청에 속하게 되었다가 다시 1914년에 단성군이 단성면으로 격하되어 산청군에 통합될 때 두 마을은 단성면에 속한 남사마을과 상사마을로 분리되었다.

또 남사마을에서는 수많은 선비들이 태어나 서당에서 공부하여 많은 수가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은 빛내던 학문의 고장으로, 공자가 탄생하였던 니구산과 사수를 이곳 지명에 비유할 만큼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하는 마을로 유명하다. 그 이름의 변용은 사양정사, 니사재, 이동서당 등의 서재 명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남사 예담마을 에는 마을 곳곳에 약 700여년 된 매화나무와 600여년 된 감나무 그리고 300여년 된 회화나무와 100여년 된 회화나무 등 고목들이 즐비하며, 또 최씨고가, 이씨고가 그리고 700여년의 역사가 서린 하씨고가 와 이동서원 등 우리네 전통 한옥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고가에서 하룻밤 선비가 되어 시를 지으며 여봐라 하고 달빛 은은한 마당을 뒷짐 지고 거닐고 싶은 것이 욕심일까?

그리고 또 남사 예담마을에서 조상을 만날 수 있었기에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진양 하 씨들의 조상인 하연선생을 그곳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남사예담마을의 역사중심에 하 씨들이 존재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 깊은 여행이었다.

예담마을에는 여러 가지 전설들이 내려온다. 그중에 특히 니구산 전설로 유명한 중국 태산의 한 지맥인 니산은 공자의 출생지에 있는 산으로 공자의 어머니는 이 산에서 기도를 드려 공자를 낳았는데 공자의 머리 또한 니구산의 꼭대기처럼 가운데가 움푹 패여 있어 이름을 '구(丘)'라 하였다고 한다. 남사예담촌의 니구산은 학문을 숭상하는 마음과 공자의 출생지와 비슷한 풍수적 모양을 한 것을 본 딴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북바위 전설은 고려 말의 문신으로 조선조 초 진주지방으로 낙남(落南)한 우곡(隅谷) 정온(鄭溫)이 지었다고 하는 월아산기(月牙山記)에는 "니구산에 돌 떨어지니 오래된 밀양박씨는 모래위에 죽지 아니하고 푸른 잎이 돋아나며, 북바위에서 소리 나니 늙은 성주이씨는 달 가운데서 스스로 피어나는 붉은 꽃이라" 라는 구절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즉, 니구산에서 돌이 떨어지면 밀양박씨 문중에서 벼슬이 나고 북바위에서 소리가 나면 성주이씨 문중에서 벼슬을 해왔다고 한다. 최근에 지리산으로 뻗는 관광도로를 만들어 마을 앞길이 확장되고 포장되는 공사에 당국에서 북바위를 제거키로 하였으나 마을 사람들 특히 성주이씨의 반대에 부딪혀서 북바위의 대좌(臺座)만 제거하여 도로를 내고 북바위 자체는 해를 입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마을 앞 청계가 북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곳의 바위 밑에 물이 깊어 푸르게 보이는 곳인데 옛날에 용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무당이 굿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하여 용소의 절벽 아래로는 큰 굴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하 씨 집안의 감나무는 하 씨 고택 울안에는 세종대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 7세 때 심었다는 600여년 된 감나무가 있는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나무의 건강에 따라 마을의 길흉화복이 점쳐졌다고 전해진다. 또 날씨가 궂은 날이면 도깨비가 이 나무를 보호해 주었다 하는데 그 도깨비가 나타나게 되면 하 씨 집안의 경사와 가문의 번성을 가져왔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남사 예담마을을 찾을 때는 사전에 연락을 하고 가면 문화관광 해설사가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이날 안내를 한 정구화 해설사(011-973-6052)에게 연락하면 구수한 입담과 더불어 풋풋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종편집일: 2008-02-16 오후 10:21:26